이곳은 자료를 서로 나누는 곳입니다.

등뒤에서는 해가

조회 수 2152 추천 수 0 2018.10.01 23:34:23

 

마지막 봄날에

 

신도시에 서있는

건물 유리창의

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

 

쓸쓸한 마당 한 귀퉁이에 툭 떨어지면

윗채가 뜯긴 자리에

무성한 푸성귀처럼 어둠이 자라나고

등뒤에서는 해가 지는지

 

지붕 위에 혼자 남아있던

검은 얼굴의 폐타이어가

돌아오지 못할 시간들을

공연히 헛 돌리고

타워 크레인에 걸려있던 햇살이

누구의 집이었던

 

넓혀진 길의 폭만큼

삶의 자리를 양보해 주었지만

포크레인은 무르익기 시작한 봄을

몇 시간만에 잘게 부수어 버렸다

 

붉은 페인트로 철거 날짜가 적힌

금간 담벼락으로 메마른

슬픔이 타고 오르면

기억의 일부가 빠져

나가버린 이 골목에는

먼지 앉은 저녁

햇살이 낮게 지나간다

 

떠난 자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

이유를 알고있는

오래된 우물만 스스로

제 수위를 줄여 나갔다

 

지붕은 두터운 먼지를 눌러 쓰고

지붕아래 사는 사람들은

이제 서로의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

 

낯익은 집들이 서 있던 자리에

새로운 길이 뚫리고, 누군가 가꾸어 둔

열무밭의 어린 풋것들만

까치발을 들고 봄볕을 쬐고 있다

List of Articles
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
공지 ♥ 세종규칙 한글 - 훈민정음에 바탕을 둔 세종규칙 느낌 발견식(융합) image [1] 풀꽃 2018-01-06 13983
702 쓸쓸히 낙엽 진 나무 image 꽃별님 2018-10-16 1431
701 잊혀지지 않는 모습 image 꽃별님 2018-10-15 1553
700 태어나는 생명 image 꽃별님 2018-10-14 1510
699 삶은 아름답습니다 image 꽃별님 2018-10-13 1822
698 구름은 심각한 image 꽃별님 2018-10-12 1900
697 더 중요한 것이 image 꽃별님 2018-10-10 1886
696 구름과 땅 image 꽃별님 2018-10-09 1970
695 살며 사랑하며 image 꽃별님 2018-10-09 2012
694 말라버린 나무야 image 꽃별님 2018-10-08 1932
693 너희 위로 언젠가 image 꽃별님 2018-10-08 1971
692 그리움이 image 꽃별님 2018-10-06 1739
691 이토록 소중한 것 image 꽃별님 2018-10-05 2004
690 작은 사람의 사랑 image 꽃별님 2018-10-05 1962
689 눈물 흘리는 건 image 꽃별님 2018-10-04 2005
688 답답함이여 image 꽃별님 2018-10-04 2361
687 보랏빛 노을은 image 꽃별님 2018-10-03 2106
686 흔적없이 사라진 image 꽃별님 2018-10-02 2022
» 등뒤에서는 해가 image 꽃별님 2018-10-01 2152
684 그리운 이여 image 꽃별님 2018-10-01 2359
683 가지 않은 길 image 꽃별님 2018-10-01 2223